요즈음 현명한 젊은이들은 가성비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침투해 있는 사치와 허영심에 대한 좋은 경고이고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합니다. 이번 중국여행에는 300mm 망원렌즈가 꼭 필요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렌즈는 400만 원 이상 하는 아주 비싼 렌즈이고 무게도 아주 무겁습니다. 이런 촬영여행을 세 번이나 더 갈 수 있는 렌즈 가격도 만만치 않고, 무게도 감당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줌렌즈를 18만 원에 구하여 가지고 갔습니다. 사실 대부분 풍경은 이런 망원렌즈가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이번 코스 중 원양제전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 평소 주로 쓰지 않는 렌즈이지만 구해서 간 것입니다. 현장에서 렌즈의 가벼움으로 인한 떨림을 막기 위하여 전망대의 벽에 밀어붙여 체중으로 눌러 흔들리지 않게 하고 해상도를 높이기 위하여 조리개 수치를 더 높여 원하는 사진을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은 주로 술과 차를 많이 사 가지고 옵니다. 그 이유는 아직은 다른 것을 사 가지고 올 만한 것이 없기도 하지만, 술과 차는 중국이 월등 앞서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술은 마호타이나 수정방을 사 오고 차는 윈난 성의 경우 보이차를 사 옵니다. 중국은 성마다 특산주가 있고 그 술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우수한 술입니다. 가격도 우리나라 돈으로 1~2만 원이면 충분합니다. 황주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흔히 배갈이라고 하는 백주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을 보여줍니다. 디자인도 훌륭하고 포장도 튼튼하여 운반에 따른 문제도 없습니다. 가성비로 따진다면 10배 이상의 유명한 술보다 훨씬 나은 편입니다. 윈난 성은 우리나라의 4배 넓이입니다. 그 윈난 성에서 인정하고 추천하는 술은 결코 유명 고급주에 뒤지지 않습니다. 보이 차의 경우 중국의 오래된 상점에서는 상정의 역사와 명예를 걸고 자신의 브랜드로 차를 주문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차에 대해 아는 만큼의 상식에 걸맞은 차를 선택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입니다. 흔히 사오는 보이차 가격의 10분의 1 가격으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차를 구하여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문화 수준이라는 것은 화폐의 수량적 의미가 아니고 문화적 심미안의 단계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가난하다가 이제 좀 살만해지니까 문화적 상류층의 흉내를 화폐로 해결하려 합니다. 압구정에 사는 사람은 뉴욕이나 파리의 생활을 추구하고, 해운대에 사는 사람은 압구정을 꿈꾸며, 고급과 명품으로 문화적 열등감을 충족하려 합니다. 그러나 뉴요커나 파리지앵은 소위 명품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만의 디자인과 개성을 존중하고 물품보다는 예술 쪽으로 초점을 맞춥니다.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 좋아하는 화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다룰 수 있는 악기와 그 수준, 좋아하는 여행지와 그곳에서 읽는 작가의 작품, 이런 것들이 그들의 문화적 수준을 재는 척도가 됩니다.
일본의 혼마를 먹여 살린 한국의 골프 붐, 미국의 매킨토시를 파산에서 구한 한국의 오디오 광풍, 독일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라이카를 구한 한국의 사진 붐, 중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간 수정방을 구한 한국의 중국여행 붐, 이런 창피한 기록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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